건축물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한 번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 건축물의 일부가 손상, 파괴되거나 노후화돼서 기능을 수복 혹은 향상시키려는 경우도 있고, 상업용 건축물의 경우에는 사용목적이 바뀌거나 원활한 임대를 위하여 디자인 트렌드에 맞게 고치기도 합니다. 「건축법」은 건축물을 고치는 행위 중 손상, 파손된 화장실 타일을 교체하거나 벽지를 바르는 것과 같은 소소한 수선(修繕)과 큰 범위의 수선을 구분하고, 전자는 건축주(소유자 또는 관리자)가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되 후자는 수선의 범위 등에 따라 관리하고 있습니다.
해리포터의 9와 3/4 승강장으로 친숙한 런던 킹스크로스 기차역: 1987년 화재 후 수선(Restoration)을 마친 상태의 중앙 홀 내부 모습
<출처: (CC BY-SA) Colin@Wikimedia Commons>
* 영국 설계회사인 Arup이 디자인한 강철 구조의 지붕은 마치 폭포를 거꾸로 뒤집은 듯한 형상으로 지면으로부터 솟아오른 물줄기(흰색 강철 그리드)가 폭포수처럼 승객들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이미지를 형상화했다(Long, Kieran(14 March 2012). “All change at King’s Cross”. London Evening Standard. p. 34.).
손상, 파손되거나 노후화된 건축물을 고쳐 사용하는 것은 리노베이션(renovation), 리모델링(remodeling), 개축, 대수선 등 다양한 명칭이 사용되지만, 「건축법」에서 사후적으로(사용승인 후) 건축물의 허가(신고)요건을 바꾸어 수선하는 행위는 크게 개축, 대수선, 용도변경, 리모델링, 증축 5가지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사용승인 후 건축물의 허가요건을 바꾸어 수선하는 행위 개념 Ⓒ이재인
건축계획 측면에서 리노베이션은 용도변경과 건축물의 물리적 변경을 동시에 수반하는 경우에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하지만, 「건축법」에서는 ‘개축’을 renovation(리노베이션)으로 번역하고 있으며, 건축계획 측면의 리노베이션 개념(용도변경+건축물의 물리적 수선)은 「건축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건축법」에서 ‘개축(renovation)’과 ‘대수선(substantial repair)’은 건축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개념적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개축’은 건축물 전체를 해체하거나 그에 준하는 정도로 해체하는 수선으로서 가장 큰 범위의 수선으로 판단하여 건축행위(※건축 중 개축 참조)의 범위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대수선’은 건축물의 주요구조부를 변경하지만 건축물을 해체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않는 정도의 수선으로 규정하여 ‘개축’보다는 수선의 범위가 작아서 건축행위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리모델링은 노후한 건축물(사용승인 후 15년 이상)의 노후화를 억제하거나 기능 향상 등을 위하여 대수선하거나 일부 증축 또는 개축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수선의 개념범위와 「건축법」 적용대상으로서의 큰 범위의 수선 Ⓒ이재인
1. 개축 <출처: pixabay.com>
2. 대수선 <출처: Wikimedia Commons>
3. 건축물 페인팅 <출처: (CC BY) Biswarup Ganguly@Wikimedia Commons>
01. 대수선의 개념과 범위
페인트칠이나 벽지를 바르는 등의 작은 수선(修繕)에 비해 건축물의 구조를 변경하는 큰 수선(大修繕)은 건축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건축법」에서 관리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건축법」 상 건축행위(신축·증축·개축·재축·이전)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건축법」이 큰 수선으로 규정하는 행위는 주요구조부(※건축의 5가지 건축행위 중 주요구조부 이미지 참조)를 수선하거나 변경하는 행위 등을 의미합니다.
‘대수선’이란 건축물의 기둥, 보, 내력벽, 주계단 등의 구조나 외부 형태를 수선·변경하거나 증설하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건축법」 제2조 제1항 제9호>
주요 구조부를 수선하거나 변경하는 행위이자 「건축법」 상 허가(신고) 대상으로서의 ‘대수선’ 범위는 총 9가지입니다(「건축법 시행령」 제3조의 2).
• 내력벽을 증설 또는 해체하거나 그 벽면적을 30㎡ 이상 수선 또는 변경하는 것
• 기둥을 증설 또는 해체하거나 3개 이상 수선 또는 변경하는 것
• 보를 증설 또는 해체하거나 3개 이상 수선 또는 변경하는 것
• 지붕틀(지붕틀의 범위에서 한옥 서까래는 제외)을 증설 또는 해체하거나 3개 이상 수선 또는 변경하는 것
• 방화벽 또는 방화구획을 위한 바닥 또는 벽을 증설 또는 해체하거나 수선 또는 변경하는 것
• 주계단·피난계단 또는 특별피난계단을 증설 또는 해체하거나 수선 또는 변경하는 것
• 미관지구에서 건축물의 외부형태(담장 포함)를 변경하는 것
• 다가구주택의 가구 간 경계벽 또는 다세대주택의 세대 간 경계벽을 증설 또는 해체하거나 수선또는 변경하는 것
• 건축물의 외벽에 사용하는 마감재료를 증설 또는 해체하거나 벽면적 30㎡ 이상 수선 또는 변경하는 것
1. 대수선 사례: 기둥의 해체 Ⓒ이재인
2. 대수선 사례: 기둥의 증설 Ⓒ이재인
1. 대수선 사례: 기둥의 3개 이상 수선 Ⓒ이재인
2. 대수선 사례: 미관지구에서 건축물의 외부형태(담장)의 변경 사례 Ⓒ이재인
주요구조부의 수선 중 바닥 슬래브의 수선은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이재인
「건축법」에서 주요구조부의 수선이나 변경을 큰 범위의 수선으로 규정하고 관리하는 목적은 수선과정에서 건축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관리대상 주요구조부에서 바닥(슬래브)의 수선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은 다소 의외인데요, 결국「건축법」에서 바닥 슬래브를 잘라내는 등의 수선은 위험한 건축행위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가 되니 어떠한 행정행위(허가[신고])도 수반하지 않고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건축법」에서 개축과 대수선을 위한 주요구조부 규정 비교 Ⓒ이재인
02. 리모델링(remodelling)
리모델링은 건축물을 부수고 새로 지을 때, 고쳐서 사용할 수 있는 건축물들은 가능한 한 재사용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규정으로, 우리나라 건축물의 수명이 외국보다 짧다는 문제점에서 출발합니다. 따라서 관련규정들은 리모델링을 정책적으로 독려하기 위한 인센티브 규정들로 구성되며, 노후화된 건축물(사용승인 후 15년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리모델링’이란 건축물의 노후화를 억제하거나 기능 향상 등을 위하여 대수선하거나 일부 증축하는 행위를 말한다.
<「건축법」 제2조 제1항 제10호>
리모델링의 개념: 사용승인 후 15년 이상 된 건축물의 대수선+(수평, 수직) 증축 Ⓒ이재인
「건축법」 상 리모델링 관련 인센티브 규정
「건축법」에서 관리하고 있는 수선행위로서 개축, 대수선, 리모델링 행위 규정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개축은 「건축법」 상 건축행위이고, 대수선은 「건축법」 상 건축행위가 아닙니다.
• 개축과 대수선 규정은 개념적으로 주요구조부의 수선 범위(해체 수준의 건축행위와 주요구조부의 수선)에 따라 건축안전의 위계를 구분하여 관리하고자 했으나, 개축이라는 건축행위의 관리 범위를 넓혀(일부 해체의 범위 규정) 건축안전을 폭넓게 관리하려는 의도와 맞물려 개축(일부 해체)과 대수선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 개축(일부 해체)과 대수선이 주요구조부를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어 구분이 모호한 반면, 주요 구조부에서 바닥(슬래브)은 개축과 대수선에서 모두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 리모델링은 용어 그 자체만으로는 건축물 수선의 새로운 개념으로 인식될 수 있으나, 「건축법」에서 규정 당시 리모델링 활성화를 목적으로 인센티브 규정에 치중하여 개축, 대수선과의 명확한 구분이 규정되어 있지 않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글, 이미지 출처 : '그림으로 이해하는 건축법' >
본 내용은 2020년 기준으로 작성된 ‘그림으로 이해하는 건축법’의 내용을 수록한 것으로 법령 개정에 따라 일부 수정했음에도 일부 규정과 상이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각 법령 및 지침의 정확한 내용은 국가법령센터에서 다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law.go.kr) 또한 현황 법령에서 규정되어 있지 않은 부분에 있어서 유추해석 된 부분 등이 함께 수록되어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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